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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묻고 생명과학이 답하다 - 호모사피엔스에서 트랜스휴먼까지,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찾는 열 가지 키워드 (커버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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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묻고 생명과학이 답하다 - 호모사피엔스에서 트랜스휴먼까지,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찾는 열 가지 키워드
  • 평점평점점평가없음
  • 저자전주홍 (지은이) 
  • 출판사지상의책(갈매나무) 
  • 출판일2023-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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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인공지능 시대의 긴박한 질문,
생명이란 과연 무엇인가?


저명한 학술지 <랜싯>의 편집장 리처드 호턴은 “우리는 끊임없이 새로움을 강조한다. 가장 최근의 발견을 열심히 알릴 뿐, 축적된 지식의 바탕이 된 개념에는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우리 시대는 순간적이고 즉각적인 사실의 시대이며, 그야말로 전통은 해체되고 과거와의 대화에 대한 필요성을 거의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최근 풍토를 비판한 바 있습니다. 이 책이 이런 풍토를 조금이나마 치유할 수 있는 소중한 선물이 되었으면 합니다. - 25쪽 (들어가며)

인공지능, 유전자가위,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과학이 바꿔 놓을 인류의 미래에 관해
더 많은 인문적 상상력이 필요하다!


지난달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는 100일간 냉동 보관했던 쥐의 신장을 다른 쥐에 이식하는 데 성공한 실험 결과가 발표되었다. 이식용 장기 부족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로서뿐만 아니라, 냉동 인간 소생이 현실로 다가올지도 모른다는 기대로 큰 주목을 받았다. 이처럼 생명과학의 발전은 SF영화에서나 나올 법했던 이야기를 하나씩 현실로 만들어가는 중이다. 2018년에는 크리스퍼 기술을 사용해 유전자를 변형한 아이가 태어나 전 세계에 충격을 안겼으며, 최근에는 노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면서 인간의 숙명이라고 여겼던 노화와 죽음이 극복 가능한 대상일지도 모른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발전한 기술이 초래할 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섣불리 남용되어 사람에게 피해를 줄 가능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기술들이 이제까지 알고 있던 ‘인간’의 개념을 흔들어 우리 인식과 사회에 혼란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역사가 묻고 생명과학이 답하다》의 저자 전주홍(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생리학교실 교수)은 이러한 생명공학 기술이 불러올 충격에 대비하는 방법의 하나로 과학의 발전사를 더 넓게 인문적 시선에서 바라볼 것을 제안한다. 우리가 현재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과학적 사실’이 얼마나 수많은 논쟁의 과정을 거쳐 성립된 것인지 살펴보며 혜안을 얻자는 것이다. 현대 과학에서 가장 상징적인 존재로 꼽히는 DNA 역시 유전 현상의 실체로 인정받기까지 많은 시간과 과학자들의 노력이 필요했다. 그뿐 아니라 유전의 개념은 우생학이라는 사이비 과학으로 오용되어 수많은 비극을 초래했으며, 이런 우생학적 관념은 지금까지도 살아남아 유전자 조작 기술 문제와 관련해 논란을 빚고 있다.

이 책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질문, ‘인간이란, 나아가 생명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해볼 수 있는 역사 속 격변의 순간들을 되짚는다. ‘출산, 유전, 질병, 장기, 감염, 통증, 소화, 노화, 실험’ 등 열 가지 키워드를 통해 인류의 ‘생로병사’가 단지 과학적 현상을 넘어 사회문화적 환경과 영향을 주고받으며 어떻게 천변만화해왔는지 살펴본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 전통부터 현대 분자생물학의 정밀의학까지 다양한 발견과 실험과 이야기가 펼쳐진다. 저자는 과학에 관심 많은 일반 독자뿐 아니라, 의생명과학 분야 지망생이나 종사자가 많이 읽어주길 바라며 썼다. 이질적 아이디어를 색다르게 결합하는 창의력이 절실한 시대, 과학적 소양과 인문적 소양을 균형 있게 쌓아 ‘생각하는 훈련’을 하는 데 보탬이 되고픈 마음에서다.

최첨단 생명공학 기술이 인간의 정의를 뒤흔드는 지금,
생로병사의 역사를 바꾼 생명과학의 결정적 질문을 되짚다


2020년 제니퍼 다우드나와 에마뉘엘 샤르팡티에는 크리스퍼/캐스9(CRIPSR-Cas9)이라는 유전체 편집기술을 개발한 공로로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유전자가위’라고도 불리는 이 기술을 활용하면 살아 있는 세포의 염색체에서 유전자를 정교하게 조작할 수 있다. 이 기술은 2015년 발표 당시 ‘맞춤아기’에 대한 우려로 논란을 불러일으켰으며, 실제로 2018년 중국에서 CCR5 유전자 변형 아기가 태어나며 현실이 되었고, 수많은 과학 관계자들의 강력한 비판을 받았다. 사실 출산 통제를 둘러싼 논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78년 세계 최초로 시험관아기가 태어나자 가톨릭교회는 체외수정 기술이 자연의 섭리를 거스른다는 이유로 거센 비판을 가했다. 그러나 시험관 시술은 점차 널리 퍼져 대표적인 불임 치료 방법이 되었고, 시험관아기 탄생에 크게 공헌한 생리학자 로버트 에즈워즈는 2010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그렇다면 크리스퍼 기술 또한 언젠가는 보조생식기술로 자리 잡는 날이 올 것인가?

유전자의 기능이나 역할에 대해 우리가 이해하고 있는 것이 너무나 부족하고, 아직까지 유전자는 사람의 특성이나 표현형을 아주 제한된 범위 안에서만 설명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크리스퍼 기술로 유전자 변형 아기를 탄생시킨다는 생각은 너무나도 위험합니다. 특히 치료를 위해서가 아니라 얼마든지 다른 대안을 찾을 수 있는 인체의 물리적・정신적 기능 향상을 목표로 한다면 더욱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것입니다.
- 48쪽 (아기를 디자인할 수도 있을까? : 출산)

출생을 통제하는 기술이 이처럼 뜨거운 논란의 중심인 이유는, 인간의 본질과 맞닿은 문제이기 때문이다. 비슷한 사례로 노화도 그렇다. 최근 생물학적 젊음을 되찾기 위해 자기 아들을 포함한 젊은이의 혈장을 수혈받은 미국 백만장자의 이야기가 크게 화제가 되었다. 노화는 사람이라면 거부할 수 없는 필연적인 과정처럼 여겨지며, 따라서 노화를 막고 젊음을 되돌리려는 시도는 터무니없는 헛수고처럼 생각되곤 했다. 그러나 실제로 노화 과정을 멈추거나, 심지어 되돌릴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차츰 발표되고 있다. ‘젊은 피’를 수혈하면 젊어진다는 생각 역시 실험실의 쥐 실험으로 일정 부분 효과가 확인된 가설이다. 기술과 과학의 발전으로 우리가 알고 있던 ‘인간’의 본질은 점점 더 그 경계가 확장되고 있다.

알코어 생명연장재단에서는 의료 기술이 더 발전한 미래에 병을 고치고 회복시키기 위해 사망 즉시 환자를 냉동보존하고 있습니다. 과학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인간의 몸을 구성하는 장기와 조직을 인공물로 대체해 신체 기능을 확장시킨 트랜스휴먼(transhuman)의 출현도 지켜보고 있죠. 더 나아가 인간의 뇌마저 인공지능으로 대체하여 정신 기능을 극대화하려는 포스트휴먼(posthuman) 등 새로운 인류의 출현을 바라보고 있기도 합니다.
- 220쪽 (노화를 막거나 되돌릴 수 있을까? : 노화)

과학기술의 힘을 빌려 노화와 죽음을 극복하고, 신체와 마음을 자유자재로 통제하는 날이 온다면 그 미래는 유토피아일까? 물론 과학 발전은 인간의 삶을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편리하고 안전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러나 확실히 검증되기 전인 과학 이론이나 기술이 남용되어 사람들에게 해를 끼쳤던 사건도 역사에는 수없이 많았다. 게다가 지금껏 이해해 온 ‘생명’의 정의를 뒤흔들 법한 놀라운 발견들은 기존 세계관과 충돌을 일으키며 사회적 혼란을 가져오기도 한다.

신경세포와 생체분자를 바탕으로 뇌의 기능을 설명하려는 환원주의적 접근이 앞으로 얼마나 만족스러운 결과를 만들어낼지 예측할 수 없습니다. 더군다나 마음과 뇌의 생리 사이에 상관관계는 제법 단단해 보이지만, 고전적으로 마음을 다루어왔던 심리학과 새롭게 급부상하고 있는 뇌신경과학은 서로 잘 융화되지 못하고 대치하면서 긴장감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 90쪽 (영혼은 어디에, 과연 있을까? : 마음)

현재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과학적 사실’은 한때 당대의 상식을 뒤집는 논쟁거리였다. 이 경이로운 발견들이 탄생하고, 발전하고, 사람들에게 널리 인정되기까지의 과정을 되짚어보면서 과학이 바꿔 놓을 인류의 미래에 대비해 갖춰야 할 태도를 고찰해보는 것. 생명공학 기술이 인간의 본질을 뒤흔드는 지금, 생명과학의 역사를 되짚어보자고 제안하는 이유다.

“생물학은 지구와 그 모든 생명체의 역사다.”
역사와 철학, 예술이 교차하는 경이롭고도 논쟁적인 생명과학 이야기


질병이 발생하는 원인을 종교가 아닌 과학적 방법으로 탐색하기 시작한 후에도, 꽤 오랫동안 의학에서는 해부학 연구를 소홀히 했다. 몸에 있는 네 가지 체액의 균형이 깨진 상태를 질병이라고 믿었던 히포크라테스의 체액병리학이 주류 이론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해부학을 발전시켰던 건 르네상스 시대의 지식인과 예술가들이었다. 온전한 신체에서 영혼이 부활한다고 생각했던 중세 기독교 사회에서 인체 해부는 쉽게 허용되는 일이 아니었지만, 12세기에 들어 부분적으로 시체 해부가 허용되며 본격적인 해부학 연구의 물꼬가 트인 것이다. 인체를 정확히 표현하고자 그 구조를 연구했던 예술가들의 성과는 곧 의학 발전의 밑거름이 되었다. 신체의 생물학적 구조가 정교하게 밝혀지면서 기존 체액병리학 이론 체계의 오류가 서서히 드러났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화가는 훌륭한 해부학자일 필요가 있다. 그래야 인간의 나체 골격을 설계하고 힘줄, 신경, 뼈, 근육의 구조를 알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해부는 이단적 행위가 아니라 신의 작품을 잘 이해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지요. “당신의 발견이 다른 사람의 죽음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사실에 괴로워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창조주께서 그런 탁월한 수단을 제공해 주심에 감사해야 한다.”라고 자신의 노트에 적어놓기도 했습니다.
- 102쪽 (맞춤 치료로 무엇까지 가능할까? : 질병)

질병을 바라보던 관점을 뒤집은 결정적 증거가 예술과 과학이 만나는 지점에서 탄생한 셈이다. 이처럼 생명과학이 발전한 과정은 그 발견을 둘러싼 역사적·문화적 맥락을 고려하지 않으면 완전히 이해하기 힘들다. 한편 해부학의 발전으로 그 실체가 밝혀진 장기는 오늘날 장기이식 기술이 발전하며 또다시 뜨거운 논란의 중심이 되었다. 2015년 이탈리아의 신경외과 의사 세르지오 카나베로가 세계 최초로 머리 이식 수술을 시도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 수술은 실제로 이루어지진 않았으나 과학계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 여러 논쟁을 일으키며 화제가 되었다. 인체, 특히 머리를 교체하는 행위는 그 사람의 정체성이 과연 어디에 있는지 판별하는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는 현재 발전하는 중인 첨단재생의료나 인공장기 기술과도 연관하여 여러 철학적, 윤리적 생각거리를 던지는 문제다.

머리 이식은 기술적 문제에 대한 논쟁뿐만 아니라 철학적, 윤리적, 법적 논쟁을 피할 수 없습니다. A의 머리를 B의 신체에 이식하는 데 성공한다면 그 사람은 A라고 봐야 할까요? 아니면 B라고 봐야 할까요? A나 B에게 배우자와 자녀가 있다면 법적으로 누구의 배우자와 자녀가 되는 걸까요? 건강보험은 A의 기록에 근거해 적용해야 할까요? 아니면 B의 기록에 근거해 적용해야 할까요?
- 116쪽 (몸을 기계로 갈아 끼우면 어디까지 나일까? : 장기)

과학자에게 통합적 인식이 중요함을 일러주는 논쟁거리는 또 있다. 마취제로 사용되는 에테르의 최초 발견자가 누구인지 가리는 논쟁이다. 에테르를 이용한 마취가 고통 없는 수술을 현실로 만들면서 이 마취 방법을 최초로 고안했다고 알려진 윌리엄 모턴은 엄청난 명성을 얻었다. 하지만 이후 그는 금전적 이익에 집착해 동료 의사들의 비난을 샀으며, 모턴에게 에테르의 마취 효과를 연구해 보라고 조언했던 찰스 잭슨 역시 지나친 사익 추구로 비판받았다. 그러나 이들과 관련 없이 에테르 마취 수술에 최초로 성공했음에도 자신의 업적을 내세우지 않았던 의사 크로포드 롱은 사후에 오히려 크게 인정받는다. 1990년 미국의 조지 부시 대통령은 롱이 처음 에테르 마취에 성공한 3월 30일을 ‘국가 의사의 날’로 지정하기도 했다.

롱은 자신의 우선권과 공적을 인정받으려고 웰스처럼 애써 호소하지도 않았고 잭슨처럼 술책을 쓰지 않았으며 모턴처럼 상업적 욕심을 부리지도 않았습니다. 그래서였는지 현대 산부인과의 아버지 제임스 마리온 심스는 롱의 성과를 자세히 조사한 논문을 《월간 버지니아 의학》에 발표해 큰 찬사를 보냈습니다. 역사적 평가를 거쳐 롱은 사후에 더욱 빛나는 명성을 얻게 된 것입니다.
- 177쪽 (고통 없는 삶이 가능할까? : 통증)

에테르 발견자 논쟁은 현대의 이익 추구 풍조를 되돌아보게 함과 동시에, 과학적 발견에 따라야 할 윤리 의식을 일깨우는 생생한 역사적 예시다. 로켓 공학의 선구자 로버트 고더드가 “어제의 꿈은 오늘의 희망이고 내일의 현실이기에, 무엇이 불가능한지 말하기란 어렵다.”라고 이야기했듯, 생명과학의 발전은 언제나 상상 속에 존재했던 일을 현실로 만드는 역사였다. 이 책이 제시하는 이정표를 따라 새로운 아이디어가 탄생하는 순간, 혁신적인 발견이 널리 인정되는 과정, 그 발견이 가져온 여파를 탐색하다 보면 현대 기술이 가져온 인식의 충격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스스로 생각할 힘을 얻을 것이다.

혁신적 과학 발전의 열쇠, ‘이질적인 아이디어의 조합’
인문학과 과학의 만남이 더욱 절실한 이유


‘신속한 발견 과학(rapid discovery science)’이라고 표현되는 오늘날의 과학 연구는 최대한 빨리 많은 발견을 이뤄내고자 하나, 혁신적 발견을 이뤄내는 데엔 오히려 이전보다 못한 성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그 원인을 단정해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저자는 “완전한 과학자는 이론과 실험적 실천을 모두 포용하는 사람”(클로드 베르나르)이라는 말을 “완전한 과학자는 이론과 실험적 실천과 데이터 분석을 모두 포용하는 사람”이라는 말로 바꾸며 오늘날 변화한 환경을 짚어낸다. 《역사가 묻고 생명과학이 답하다》에서 과학자와 의학자, 예술가의 생각이 만나 놀라운 발견을 해낸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한 현대일수록 통섭적이고 창의적인 사고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데이터 기술은 아이디어를 만드는 과정을 보조할 순 있지만, 그 스스로 과학적 소양이나 내적 동기를 갖추고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요한슨은 이질적인 아이디어가 만나는 지점인 ‘교차점’에서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현상을 두고 ‘메디치 효과’라고 불렀습니다.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한 실증적 연구를 통해서도 이질적인 아이디어가 비전형적인 방식으로 조합되었을 때 혁신적이고 영향력 있는 연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음이 확인되었습니다.
- 241쪽 (생명의 비밀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 실험)

이 책은 사려 깊은 인문학적 시선으로 인간의 정의를 바꿔 온 생명과학의 발견을 조망한다. 생명과학이나 의학 전공을 지망하는 청소년에겐 과학 연구와 윤리에 관한 특별한 통찰을 전하며, 성인 독자들에겐 기술 발전으로 숨 가쁘게 변화하는 현대 사회를 고찰해볼 기회를 제공한다. 앞서 말했듯 과거의 혁신적 발견은 오늘날 논란이 되는 생명공학 기술들과 마찬가지로 온갖 실패와 논쟁을 거쳐 ‘사실’로 인정된 것들이다. 따라서 모든 과학적 발견을 열린 자세로 점검하되 한 가지 이론에 지나치게 골몰해서는 안 된다.
저자는 과학 이론에 대한 맹목적 믿음을 경계하고, 과학 연구가 근본적으로 현실 세계를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한다는 한계를 직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나아가 기초연구를 통해 얻은 지식이 저절로 유용한 응용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어떤 지식이 임상 현장에 적용될 수 있느냐 없느냐를 얼마나 성공적으로 예측할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저자가 책의 뒷부분(부록)에서 ‘중개연구’의 어려움을 고백하며, 성공적인 중개연구를 위한 문해력에 주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험을 통해 얻은 생물학 지식은 왜 그렇게 불안정할까요? 실험실이라는 통제되고 이상화된 공간에서 유도한 현상은 실제 세계에서 일어나는 현상에 근접할지언정 동일하지 않습니다. 실험실 연구는 대략적 추정과 가정에 의존하여 실제 세계를 모방하기에 필연적으로 내재적 한계가 발생하지요.
- 257쪽 (부록)

경이로운 과학 발전 뒤에는 늘 역사적 맥락이 존재했으며, 과학 이론이 비판과 논쟁 속에서 사실의 지위를 획득하는 과정은 그 자체가 극적인 역사였다. 이 책 《역사가 묻고 생명과학이 답하다》에서 독자는 동전의 양면 같은 두 분야가 주고받는 이야기를 읽으며 사회를 보는 시야가 넓어지는 순간을 경험할 것이다.

저자소개

분자생리학자.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생리학교실 교수로 분자생리학 연구실을 운영한다. 호기심과 교차적 아이디어가 혁신적 과학연구의 밑거름이며, 패러다임을 전환하거나 새로운 경로를 개척하는 핵심 요소라고 생각한다. 대전환의 시대를 맞이한 지금 절실히 필요한 것은 인문학적, 예술적 소양이 풍부한 과학자를 양성하는 일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저자’로서 논문을 쓰고 ‘독자’로서 논문을 검토하고 ‘실험자’로서 가설을 세우며 실험하고 ‘예술가’로서 데이터를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토론자’로서 자료와 해석을 두고 열띤 토론을 펼치는 과학자를 희망한다. 지은 책으로는 《과학하는 마음》, 《논문이라는 창으로 본 과학》, 《醫美, 의학과 미술 사이》(공저) 등이 있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평가전문위원회 위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연구제도혁신기획단 위원,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연구위원, 제4차 생명공학육성기본계획 기획위원 등을 역임했다. 현재 보건복지부 연구윤리심의위원회 위원, 서울대학교 의학연구원 부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목차

들어가며 인공지능 시대의 긴박한 질문, 생명이란 과연 무엇인가?



1. 아기를 디자인할 수도 있을까? : 출산

임신은 여성의 몫이기만 할까? | 사람의 출산은 어쩌다 위험한 일이 되었나? | 출산 통제는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일일까?



2. 우월한 유전자란 존재할까? : 유전

이중나선이 ‘자연의 사다리’로 유명해진 배경은? | 유전 현상의 물질적 실체는 어떻게 찾아냈을까? | 생명공학으로 생명체를 창조할 수도 있을까?



3. 영혼은 어디에, 과연 있을까? : 마음

‘간’에 욕망이 담겼다는 생각은 어디서 비롯했을까? | 사랑의 상징은 왜 ‘심장’ 모양일까? | 감정은 ‘뇌’의 생화학적 작용일 뿐일까?



4. 맞춤 치료로 무엇까지 가능할까? : 질병

질병이 징벌이라는 믿음은 언제 깨졌을까? | 해부학은 어떻게 예술을 의술로 바꾸었나? | 의학을 왜 불확실성의 과학이자 확률의 예술이라 했을까?



5. 몸을 기계로 갈아 끼우면 어디까지 나일까? : 장기

사람 머리만 떼어내도 다시 살아날 방법이 있을까? | 인류는 왜 오래전부터 이식을 꿈꿔왔을까? | 장기이식은 기계의 부품 교환과 무엇이 다를까?



6. 백신으로 인류를 구할 수 있을까? : 감염

세계사 격변의 순간마다 어째서 역병이 돌았을까? | 전염을 완벽히 차단할 방법이 존재할까? | ‘마법의 탄환’은 어떻게 백발백중 치료제가 되었나?



7. 고통 없는 삶이 가능할까? : 통증

진통제와 마취제가 없는 시대는 어떠했을까? | 마비 혹은 환각, 웃음가스는 정말 안전할까? | 마취제를 발견한 공적은 과연 누구 몫인가?



8. 입과 몸이 좋아하는 맛은 왜 다를까? : 소화

음식이 인류 진화의 원동력이었다고? | 맛있는 음식은 어째서 몸에 나쁠까? | 소화는 생물학적 문제이기만 할까?



9. 노화를 막거나 되돌릴 수 있을까? : 노화

늙음은 죽음을 향한 자연스러운 과정일까? | 노화를 치료할 과학적 방법이 있다고? | 불로장생이 정말로 현실이 될 날이 올까?



10. 생명의 비밀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 실험

인류는 언제부터 실험을 시작했을까? | 비판과 논쟁은 어떻게 공동체의 무기가 되었나? | 첨단기술은 과학을 어떻게 바꾸고 있을까?



나가며 사실을 배우는 일보다 생각하는 훈련이 더 필요한 시대



부록

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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